자유글13 [와족피떡] 21층 로망스 #어딜_읽으시는_거죠 #그건_제_잔상입니다만 키워드는 철/털 입니다. youtu.be/OkvVr6n1cGk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 중앙에서 나에게 입력한 내용에 의하면 21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을 대신할 안드로이드가 없었다고 한다. 내구도가 약한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이런 일도 굉장한 압력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비쩍 마른땅을 천천히 지나가던 나는 말라붙은 몇 개의 머리카락 흔적을 발견하고 늘 하던 것처럼 익숙하게 머리카락을 지웠다. 이 지역에 남아 있는 인간은 별로 없다. 아무리 목성의 위성이라지만 갈릴레이의 네 개의 위성처럼 위력을 떨치는 곳도 아닌 여기는 모든 것이 조용히 죽어가는 장소. 목성 중앙과 비교하자면 빈부격차는 비약적으로 커졌고 이 위성에 주소를 옮긴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명예롭.. 2020. 9. 7. [영7] 그곳에 빛이 있나니 예전에 심어 두었던 나무에 풍뎅이가 앉아 있었다. 등이 무지개 색으로 빛나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초록빛이 섞인 푸른색이었다. 예쁜 것 같다가도 징그럽게 느껴져 조금 더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나무에 약을 치지 않으면 나중에 나무가 다 망가진다는데. 엄마에게 나무에 치는 약에 대해 물어봤지만 시골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도 나무에 치는 약으로 무엇이 좋은지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나무를 파는 곳에 가서 물어볼까. 그러나 시골의 소소한 생활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에는 이웃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빨랐다. 텃세와 쓸데없는 오지랖이 있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아직 어른들에게 터놓고 물어볼 만큼 당당하지는 못하다. 그래도 저 나무는 살리고 싶다. 살구. 아빠와.. 2020. 8. 24. [folklore_crew] 인어가 잠든 자리 처음엔 제 주인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셨거든요. 네. 맞아요. 골동품이죠. 간단한 미색-홀로그램 페이지 터너를 이용하면 될 텐데 주인께서는 그걸 쓰지 않으셨어요. 갖고 다니기에도 불편한 종이 묶음을 소중히 다루셨죠. 그러니 책갈피라는 게 필요하셨어요. 알고 계시나요? 책갈피 말이에요. 아... 그건 들어보신 적이 없으시군요. 간단해요. 일종의 ‘정보 표시’ 기능을 맡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죠. 아, 꼭 종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나무, 금속, 털실, 뭐라도 책갈피로 쓸 수 있던걸요. 메모장을 책 사이에 끼워 둘 수도 있지만 얼른 눈에 띄는 게 좋으니까 빳빳하고 두꺼운 걸 이용하는 때가 많죠. 가끔 책갈피에 장식을 달아둘 때도 있어요... 2020. 8. 23. [합작]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잉크가_번졌다로_시작하는_글쓰기#이_해시는_우리가_접수합니다와족피떡 합작입니다 제목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서 차용했습니다에포 열장 분량이니 천천히 읽어주센요잉크가 번졌다.잠깐 푸른빛의 잉크병을 바라보던 나는 안압을 높여 번진 잉크 자국을 확대했다. 눈을 깜빡이며 안구의 렌즈를 더 두꺼운 것으로 바꿨고, 곧 종이 펄프의 조직과 그 위에 묻어 있는 안료를 확인했다. 인공 홍채를 조금 더 넓히자 성긴 섬유 위를 긁고 지나간 펜압의 흔적이 보였다. 번거로운 작업은 마감이 되었다고 데이터를 넘겨받았으나 제품은 여전히 아직이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한 색은 맑은 바다 빛깔이었고 그러나 색이 덜 바래는 안료형 잉크로는 그런 맑은 색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였다. 어차피 클라이언트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우리 안드로이드의 .. 2020. 7. 3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