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제 주인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셨거든요. 네. 맞아요. 골동품이죠. 간단한 미색-홀로그램 페이지 터너를 이용하면 될 텐데 주인께서는 그걸 쓰지 않으셨어요. 갖고 다니기에도 불편한 종이 묶음을 소중히 다루셨죠. 그러니 책갈피라는 게 필요하셨어요. 알고 계시나요? 책갈피 말이에요. 아... 그건 들어보신 적이 없으시군요. 간단해요. 일종의 ‘정보 표시’ 기능을 맡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죠. 아, 꼭 종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나무, 금속, 털실, 뭐라도 책갈피로 쓸 수 있던걸요. 메모장을 책 사이에 끼워 둘 수도 있지만 얼른 눈에 띄는 게 좋으니까 빳빳하고 두꺼운 걸 이용하는 때가 많죠. 가끔 책갈피에 장식을 달아둘 때도 있어요. 아시나요? 인간에게는 오브제가 참 중요한 의미를 가지거든요. 책갈피의 장식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알고 있어요.
아... 모르셨군요. 네. 맞아요. 주인께서는 완전한 인간은 아니지만 사람의 유전자가 섞인 변종이세요.
이제 인간이라는 건 발견하기 어렵죠. 신뢰할 만한 데이터 전략 기지에서 준 정보로는 인간 염색체를 지닌 이들은 소수 민족을 이루고 산다고 하죠. 사실, 종으로 따지자면 거의 멸종에 가까워요. 그들은 그들끼리의 지나친 전쟁과 심각한 기후의 황폐화, 불신과 앙갚음, 지난한 식량 쟁탈전으로 그 수가 급격하게 줄었죠. 정말, 환경은 점진적으로 황폐해졌지만 인간은 내구도가 너무 약한 종족이라 금방 멸종 위기에 치달았죠. 주인께서는 끝내 살아남은 인류의 잔재로, 잠들어있던 그들 조상의 특징, 바다와 친숙한 DNA 성질의 발현을 통해 변종된 인어이시죠.
지금은 인간보다 인어가 훨씬 흔하긴 하지만, 22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인어라는 건 인간이 말하는 옛날이야기, 전설과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환상 속의 동물로 여겨졌다고 해요. 인류는 그들이 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아요. 인류 최초의 신화인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바다의 여신인 티아마트가 생명의 근원이었죠. 사실 모든 생명은 같은 원시세포에서 진화되었으니, 물고기와 인간이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죠. 그러니 인어라는 종의 출현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었을지도 몰라요.
영장류와 어류의 좋은 점만 섞어 가지면 참 좋았겠지만, 환경 자극에 의해 일어난 유전자의 변이에는 가끔 오류도 생기죠. 인어들은 심해 100미터 가량을 잠수하면 몸에 이상이 오잖아요? 유연한 지느러미와 피부를 덮고 있는 비늘이 있으면 뭐 하나요? 심지어 반향 정위까지 갖고 있으나 바닷속에 오래 있지 못하는 걸요. 아가미가 있어도, 높은 수압을 견디기는 힘든 몸이잖아요?
본래 인간은 깊은 곳까지 잠수를 할 수 있대요. 이론적으로는요. 알고 계셨나요? 제가 찾아본 바로는 정말 인간에게는 ‘포유동물 잠수 반사’라는 신경이 있다고 하더군요. 얼굴이 물에 잠기자마자 바로 일어나는 생리학적 반사작용이라는데, 주로 뇌와 폐, 심장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깊이 잠수할수록 반사 작용은 더 강력해지고요. 깊은 심해 특유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몸속 기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우주 시스템 정보 센터 소속 자료에서 읽었어요. 인어에게도 잠수 반사 신경이 있기는 하죠. 인간이 가진 것보다 더 나은 효율을 갖고 있고요. 하지만 인어는 인간보다 조금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을 정도에 그칠 뿐, 태생적인 한계를 어찌할 수는 없죠. 게다가 주인께서는 태어날 때부터 유달리 몸이 약하셨던 지라, 깊은 물속에 오래 있지 못하셨어요. 그렇다고 물 밖에 있기도 힘겨워하셨죠. 인어는 피부가 마르면 안 되니까요. 자칫하면 발화점이 낮은 피부 때문에 화상을 입기 십상이죠. 하나 더 하자면, 인어는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지죠. 뇌의 크기나 시냅스의 양,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인간의 것이 세련된 건 사실이에요. 주인께서는 그보다도 지능이 조금 더 낮으셨어요.
결국 주인께서는 인간의 머리를 ‘흉내 냈다’라고 할 만한 지능과 바다에서 오래 버틸 수 없는, 그렇다고 땅 위에서도 살 수 없는 몸으로 이 작은 독방에서 혼자 시간을 죽이곤 하셨답니다.
집안의 어르신들은 주인보다는 지능이 괜찮았어요. 아마 지능이 떨어지고 몸이 약한 외동딸을 어디에 내보이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유전자 배합 센터에 보내기에는 남아 있던 ‘양심’에 찔려 그러지 못하신 모양이에요. 그러니 독방에 약한 주인을 밀어 넣었죠. 차라리 국가 기밀 유전자 배합 센터에 보내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었겠으나 어르신들도 인어이신지라, 인간의 사고방식이 약간 남아 있던 분들이었죠. 인간의 사고방식이란 참 비효율적이죠? 차라리 유전자 배합 센터에 보내 유전자를 잘게 분해해서 다시 새로운 형태의 생물로 탄생하게 하는 게 나을 텐데 말이죠. 어쨌든, 이건 우리 안드로이드의 사고방식이지만요.
주인을 처음 뵈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주인께선 이 저택의 망령처럼 생활하고 계셨어요. 주인께서는 시력도 약하셔서 홀로그램 이미지가 아닌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더 좋아하셨어요.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혼자 독방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으니 늘 책을 붙잡고 계셨어요. 그 안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도 뭔가 도피처를 찾아내신 얼굴이었어요. 항상. 얼굴의 근육이 이완된 게 보였거든요. 책을 읽을 때면 늘 그러셨어요.
주인께서 읽던 책은 종류가 참 다양했어요. 소설과 시, 에세이는 물론이고 과학, 역사, 기술, 경제, 정치, 심지어 종교에 관련한 서적까지 읽으셨어요. 수조 밖에 작은 탁자를 놓고 온도와 염분을 맞춘 물이 공급되는 주인의 전용 수조 안에서 상체만 살짝 빼서 책을 보셨죠.
주인께서는 인간의 언어를 전부 이해하진 못하셨어요. 당연하죠. 인어 자체 지능의 한계에 주인께서는 그보다도 낮은 지능을 갖고 계셨으니까. 주인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시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책에서 본 그림이나 전체적인 인상, 느낌에 대해 짧은 소견을 털어놓는 정도였지요. 의외로 감성적인 측면을 진지하게 다룬 소설이나 시를 더 이해하기 어려워하셨죠.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어요. 저를 항상 곁에 두셨고요.
현실이 견디기 어려울수록 더욱 책에 매달리셨던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매달 의무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국가 주도 건강 검진에도 빠짐없이 주인의 비늘을 제출했고, 주인께서는 몸에 붙은 비늘을 떼어 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셨죠. 아프니까요. 하지만 곧 잘 견뎌내셨어요. 언젠가는 밖으로 나갈 거니까 괜찮다고 하셨죠.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사실, 어딜 찾아봐도 없었어요. 집안의 어르신들은 주인을 이렇게 계속 팽개쳐둘 생각이었는지, 저에게 명령 하달도 잘 하지 않았어요. 제가 뭐든 다 알아서 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죠.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본래 누군가 명령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게 없잖아요? 그러니 저는 주인의 말을 듣는 수밖에 없었어요. 바다로 나가기 위한 계획을 짜라던지, 뭐 그런 명령을 수행하는 수 밖에는요.
예? 왜 주인께서 바다로 나가려고 하셨냐고요? 음... 생각해보면 그 분이 유달리 좋아하셨던 책이 바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풀어쓴 것들이었네요. 바다에 대한 책이라면 가리지 않으셨죠. 맨 처음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였어요. 주인의 서가에는 동화책도 많이 있었거든요. 주인께서 이해하지 못하셨던 건, 왜 인어공주는 구태여 바다 밖으로 나왔는가 였어요.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부분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셨죠. 계속 저를 불러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버리고 인간의 다리를 갖게 된 인어공주가 왕자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장면을 가리키며, 왜? 왜? 하고 몇 번이나 되물으셨어요. 물 밖이 물속보다 더 괴로운 주인께서는 인어공주를 이해하지 못하셨죠. 하지만 저도 뭔가를 답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대화 기능이 없었으니까요.
혼자 방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시던 주인께서는 안드로이드 시녀인 저에게 자주 말을 거셨어요. 얼마나 심심하셨으면. 저도 지금 대화 기능을 학습해서 이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그게 가능하지 않았어요. 저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가정에서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신형이었죠. 원래대로라면 대화 기능도 갖추어야 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어요. 제가 바로, ‘불량품’이었거든요. 안드로이드에게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죠.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그러나, 가끔 생기는 버그를 어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처음부터 오류가 없다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아주 가끔, 정말 간혹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어쨌든 저로서는 언어를 학습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인어공주를 이해하려니 단어를 깨달아야 하고, 단어를 학습하고 나면 문장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이야기의 구조를... 그러나 주인께서는 저만큼도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어쩔 수 없죠. 안드로이드는 지금 지구 상에 남은 존재 중 가장 논리적인 사고 기능이 뛰어나니까요. 하여간에 주인께선 그 이후로 바다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셨어요. 뭐든 가리지 않았죠. 바다에 관한 자세한 과학적 정보부터 메소포타미아의 티아마트 신화까지, 이해를 못 하시면서도 읽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렇게 거듭거듭 바다에 대한 이미지를 나름 학습하시고 나니까, 물론 흐릿한 이미지만 얻은 것이겠지만, 궁금하셨겠죠. 바다가 무엇인지. 심해에 도달하는 느낌이라는 게 무엇인지. 집안 어르신들은 주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으셨고, 그 수조는 너무나 갑갑하게 느껴졌겠죠. 그래서 시녀이자 유일한 친구인 저를 부르셨어요.
바다에 갈 거야. 같이.
이게 전부였죠. 그게 명령이었어요. 명령의 하달. 그런 식이었어요. ‘같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셨죠. 혼자 뭔가를 하기가 힘이 드셨으니까요. 주인께는 물 밖에서 고고하게 손을 내미는 왕자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물속에서라도 항상 곁에 있어줄 안드로이드가 필요했죠. 불량품이라도. 그리고, 자유가 필요하셨던 거겠죠.
생각해보세요. 안 될 일 있나요? 인간은 한때 우주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던 종이죠. 그러니 인류의 후손이자 변종인 주인께서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가능하지 않겠어요?
바다로 가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차곡차곡 쌓아둘수록 주인께서는 인어공주를 더 자주 읽으셨어요. 인간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혼자 쌓아두고 바라보는 인어공주의 표정을 들여다보길 좋아하셨죠. 그래서 책갈피는 항상 그 페이지에 꽂혀 있었어요. 많은 책을 읽어도(혹은 읽지 않고 보기만 하더라도) 말이에요. 고래의 꼬리모양 펜던트가 달린 골동품이었죠. 그리고, 구태여 그 책과 책갈피를 들고 바다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셨어요. 그 즈음부터 주인께서는 바다에 가져갈 물건을 챙기기 시작하셨어요.
저는 몇 번이고 말씀드렸어요. 아무 소용없다고. 모든 게 골동품인데다 가끔 성능 좋은 3D 프린터 등 전자제품도 있었지만 도대체 물속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지만 주인께선 도저히 포기를 모르셨어요. 필름 카메라를 가리키며 ‘너, 나!’ 하고 말씀하셨고, 앨범을 가리키며 ‘너!’ 하고 말씀하셨죠. 저와 함께 한 모든 기억을 같이 바다에 갖고 가고 싶어 하신 것 같아요. 그러니 별 수 있나요? 저는 안드로이드.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그래서 저는 지금 주인과 함께 심해 100미터 깊이에 들어와 있어요. 수압은 해수면의 열배인데다 물 온도도 수조보다는 차가우니 주인의 상태가 좋진 않아 보여요. 인어가 아닌 인간이 내려온다면 심장 박동이 평상시의 4분의 1로 준다고 하더군요.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도 그보다는 심장 박동이 빨리 뛴대요. 감각이 사라지고 뇌는 꿈꾸는 듯 몽롱한 상태가 된다고 하죠. 지금 홀로그램 이미지는 잘 보이시나요? 저런. 역시, 아까 꺼졌군요. 아마 저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예요. 원래 가정용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니, 방수 기능은 거의 전무하거든요.
지금 주인이 고집을 피우며 가지고 온 물건은 물에 젖어 해체되었거나 무겁게 심해 속으로 가라앉고 있어요. 앞이 잘 보이지가 않네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여러 변종 물고기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저희에게 접근하진 않네요. 겁을 먹은 걸까요? 어쨌든 저는 하달 받은 명령을 시행하는 안드로이드. 자유 같은 건 꿈꿀 수도 없죠. 하지만 불량품인 저를 이렇게 간절히 찾아주는 주인이 계시는데 제가 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두렵냐고요? 안드로이드인 저는 두려움 같은 건 몰라요. 이미 몸체 안의 전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높은 수압 때문에 전선에 마찰이 일어나 타는 냄새도 나고, 벌어진 틈새로 물이 차고 들어오는 바람에 통제 제어 시스템이 엉망이에요. 곧 저는 망가질 거예요. 하지만 제 곁에는 저와 함께 여길 오고 싶어 하신 주인이 계시죠. 이 바다가 저의 유일한 명령 이행 장소고요. 불량품인 저에게도 이행할 명령이 있고 그 명령을 주실 주인이 계시는데, 제가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죠?
주인께서는 이미 한참 전에 의식을 잃으신 것 같아 보이네요. 잠수 반사 신경이 있으니 아직 몸의 외형이 망가지지는 않으셨지만, 네, 두뇌 활동은 멈춘 것처럼 보여요. 안 그래도 지금, 의식을 잃은 채로 피를 토하고 계시죠. 아마 주인께서는 오래 버티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높은 수압을 견디기에는 몸이 약하시니까요.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은 동물들에게 자유라는 건 이렇게 위험한 독이 되기도 하는군요. 특히 주인처럼 이렇게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신, 타고 태어난 게 많지 않으신 분들 에게는요.
하지만, 정말일까요? 자유가, 꿈꾸는 일이 정말 독이 되는 걸까요? 주인께 여쭤보면 고개를 저으실 것 같네요. 자유라는 뜻도 모르시겠지만. 만일 주인께서 언어 능력과 사고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났다면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자신이 꿈꿔온 것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이 뛰어드는 일이 독이라 하더라도, 그걸 포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그걸 어떻게 자부하냐고요?
주인께서 웃고 계시거든요. 의식을 잃으셨어도 말이에요.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부터 웃고 계셨어요. 지금, 주인께서는 눈을 감은 채로, 살짝 입을 벌리고, 꿈을 꾸는 얼굴로,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바다의 꿈을 꾸고 계시거든요. 불량품이자 유일한 시녀이고 친구인, 저와 함께 말이죠.
에포 네 장 분량입니다
folklore_crew에 처음 참여했어용 주제는 '잠기다'에용
글만글 주제 '책갈피'도 같이 가져왔어용 재미있었당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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