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조자렴] 밤 아래 하얀 꽃
아침이 온다면?
턱 끝에 걸린 숨을 몰아쉬던 조자렴은 잠시 망설이다 선글라스를 벗었다. 휘청이는 몸을 다시 바로 세우고 눈을 비볐다.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은 궁상맞은데. 조자렴은 입고 있던 셔츠 깃을 다시 세우고 옆에 없는 사촌 형을 향해 괜히 툴툴댔다. 브라더. 내가 오늘 좀 무리한 건 알고 있나? 하기야. 알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 남자를 위해 전부를 바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우리 브라더는 성공해야 하잖아?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 말고 얼른 가버려야겠네. 브라더가 찾아오기 전에. 해가 뜨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시간마저 어둠이 잡아먹은 밤. 어두운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을 올려다보던 그는 벽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쩌면 오래 버틸 수 없을지도 몰랐다. 건물 너머에 가득히 피어 있는 것은 하얀 철쭉.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저 한 구석에 참 지랄 맞게도 피어 있다. 지금, 한창 아름답게 피어있는 철쭉을 보며 망설이는 이 남자에게는 부족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비할 데 없는 부자였고 그만하면 외모도 괜찮았으며 항상 세상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던져보고 싶었다. 자신의 전부를 무언가에 온전히 쏟아보고 싶었다. 비할 데 없는 자신의 삶이 심심하고 지겨웠으니까. 자신을 오롯이 불태워보고 싶었으므로 그는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다.
하. 어쩔 수 없네, 브라더.
거의 주저앉기 직전이던 조자렴은 결국 비릿하게 웃으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났다. 빳빳이 고개를 들고. 먼 하늘의 별이 아닌, 눈앞에 핀 철쭉을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다시 고쳐 쓰고. 그래도 폼이 나야 하지 않겠니, 브라더? 포기한다고, 내가?
그럴 리가.
조자렴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입가에 돌기 시작한 웃음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저렇게 지랄 맞게 꽃이 폈는데, 브라더, 내가 지금 포기해야겠니? 인생 배팅하라며? 살아 있으므로 누구보다 뜨거운 그는 날쌔게 몸을 날려 까만 하늘을 뛰어올랐다. 아침이 온다면? 별 일 없을 것이다. 다만 시리게 밝아오는 새벽의 빛 앞에서 평소처럼 허세를 부릴 것이다. 자신이 살아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하고 다시 자신을 던질 것이다. 그다음 날, 까만 밤을 향해. 후회 없이.
점(@ OYOm_12)님이 주신 첫문장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