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첫문장] 꼬마 마녀 견습생

___hashi___ 2020. 5. 1. 17:45

욤뇸뇸, 귀여운 햄스터.

나는 동물 한 마리도 키우지 못하는데 수지는 좋겠다. 아. 나도 엄마가 햄스터 키울 수 있게 허락해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엄마가 햄스터를 키우도록 허락해주지 않겠지. 게다가 난 덤벙대니까 아마 햄스터를 잘 돌봐주기 힘들지도 몰라. 수지의 책상 위에 자리한 햄스터의 집. 플라스틱 우리 안에는 수지의 햄스터가 몸을 둥글게 말고 쿨쿨 자고 있었다. 회색 줄무늬가 간 귀여운 햄스터. 수지가 예전에 이 아이의 이름이 코비라고 말해준 기억이 난다. 왜 코비라고 이름붙여줬냐고 물었을 때에는,

모, 몰라! 어쨌든 코비야.

라고 말했었지. 이상한 애야.

오늘, 수지가 사라진지 네 달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나는 거의 매일 수지의 집에 찾아왔다. 수지는 진짜 말도 안 되게 웃기는 애였다. 초등학생 주제에 혼자 살고 있었고 생각보다 생활을 잘하는 애였다. 학교 성적도 우수했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았다. 거기다 수지는 이쁘기까지 했다!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난 은근히 수지를 질투했는데 그 애가 학교에 오질 않으니, 게다가 왜 오지 않는지 아무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직접 집에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이제 어느 누구도 수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수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애는 언젠가 돌아 올거야! 왜 다들 수지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아무도 없는 수지의 집 문을 혼자 열고 들어와 이 불쌍한 코비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 화장실도 갈아주고, 때가 되면 바닥도 갈아준다. 수지가 돌아온다면 코비를 위한 이 모든 노력을 자세히 말해주고 얼른 갚으라고 잔소리를 해야지! 생활을 잘하는 척하면 뭐해! 이렇게 문을 열어놓고 가버렸는걸! 열쇠 아저씨를 불러서 열쇠를 맞춘 것도 나고, 코비에게 밥을 준 것도 나다. 걔 없는 집을 내가 매일 청소도 해줬는데, 이쯤 되면 이 집이 거의 내 차지가 된 거나 다름없잖아!

하지만 다섯 달째 되던 날, 선생님은 갑자기 교실에서 수지의 책상, 의자를 치워버렸다.

그 날 나는 울면서 수지 집에 왔다. 열쇠로 수지 집 문을 열면서,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코비에게 가면서, 계속 울었다. 다들 나빴어. 수지가 오지 않을 거라고 누가 그래. 나는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내 속은 모르고 해바라기씨를 먹는 코비 앞에서 엉엉 울었다. 그러자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얼른 고개를 들었다. 듣고 만 것이다. 갑자기, 병신-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뭐, 뭐야?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 봤자 아무도 없었지만. 오직 코비만이 열심히 해바라기씨를 먹고 있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코비를 보았다. 이 조그마한 햄스터도 들었을까? 그러자, 먹고 있던 해바라기씨를 손에 들고 코비가, 말을 했다.

야. 걔는 마녀 수업을 받으러 갔어. 당분간 안 와. 네가 와서 날 돌봐주는 건 걔도 알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올 거야. 울지 말고.

그리고는 다시 해바라기씨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햄스터인 코비가, 말을 했다. 이게... 이게... 뭐... 나는 멍하니 코비의 빵긋 부푼 볼을 쳐다봤다. 그러다, 다시, 울기 시작했지만. 코비가 나한테 욕을 했던 것도 같은데 어쨌든 기뻤다. 왜냐하면, 수지가 올 거라고 말했으니까. 그렇다. 수지는 돌아오는 것이다. 언젠가. 이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