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우주의 행성 쌍둥이 별
그 날 우리는 우주의 한 행성이 되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차라리 내 목숨의 반을 내놓기로 했다.
괜찮겠니? 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네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괜찮아요. 동생을 보고 싶어요.
나는 찢어놓은 문제집을 책상 밑의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으면서 말했다. 남자는 내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장례식장에서 차갑게 누워 있는 그 애를 보았을 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애가 없는 집에 혼자 있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동생이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죽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나 혼자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어떤 어른도 나에게 왜 동생이 죽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책상 위에 남은 문제집이 한 권도 없자 나는 울음을 터트리며 남자에게 물었다.
그 애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어요? 어떤 어른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동생이랑 제가 엄마가 다르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요? 그것 때문에 동생이 죽었나요?
단순한 사고였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
남자는 쓰고 있던 실크해트를 깊이 눌러쓰며 말했다. 까만 피부에 와인색으로 빛나는 눈. 까만 정장과 실크해트까지 맞춰 쓴 그 사람은 까만 표범 같았다. 처음에 저승사자가 나타난 줄 알았다. 남자는 동생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앞으로 남은 내 목숨의 반을 요구했다.
그건 생각보다 싼 값이야.
그럼 정말 동생을 만날 수 있나요?
그래. 그나저나 동생을 많이 사랑한 모양이구나.
나는 대답 없이 눈물로 젖은 눈을 짓무르도록 비볐다. 남자는 실크해트를 벗고 짧게 친 곱슬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너, 지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야 할 텐데 괜찮겠니? 너가 죽는 일은 없어. 수명의 반이 줄어드는 것뿐이야. 단지, 너희는 일 년에 한 번 하늘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고작 일 년에 한 번뿐이에요?
죽은 사람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는 건... 거의 특혜란다. 기억해두렴.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하며 열쇠 하나를 쥐어 줬다. 작은 내 손에 들어오는 아주 작은 열쇠였지만 생각보다 무거웠다. 은색으로 빛나는 열쇠. 남자의 와인색 눈을 닮은 보석이 박혀 있는 열쇠. 언뜻 남자의 두 눈을 올려보았다. 남자는 감정 없는 눈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갈 준비는 된 거니?
이거 생각보다 무겁네요.
그래. 그게 네가 맡아야 하는 짐이란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허공에 남자가 만들어 준 문에 열쇠를 맞춰 끼웠다. 얼마나 오래도록 내려갔는지 모른다. 앞도 보이지 않아 축축한 계단 난간을 붙잡고 한참을 내려갔다. 숨이 막혔고 욕지기가 치밀었지만, 끝도 없이 이명이 들렸지만 결국 나는 보고야 말았다.
죽은 동생의 심장이 선명하게 뛰고 있는 모습을.
그래서 나는 동생과 지금, 우주의 한 행성이 되었다. 내 목숨의 반을 가진 동생은 내 손을 잡고 같이 웅크려 있다. 우리는 하나의 행성. 그 남자가 준 무거운 열쇠를 품에 안고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 이어질지 모르는 노래. 일 년에 한 번만 뜨는 하나의 행성. 빈 우주 위에 밝게 빛나는 우리라는 행성.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려와야 한다고. 눈을 감은 채로 우주의 노래를 듣는다. 이건 우리라는 행성의 노래, 죽고 나면 쌍둥이 별로 뜰 우리의 오랜 기도.
오늘, 행성이 진다.